작심하고 맥주까지 모든 준비를 마치고 기어코 틀었다가, '이런 제길' 하고 훅 꺼버리는 영화가 있다. 반면, 아무 생각 없이 틀었다가 어어어 하면서 몰입하면서 다 봐버리는 영화가 있다. 우리가 잘 아는 그 할아버지가 아닌, 영국의 재기발랄한 69년생 영화감독 '스티브 맥퀸'의 2011년작 영화 '셰임(SHAME)'이 그랬다. 101분을 후딱 봤다. 재미있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비즈니스맨이지만, 혼자 있을 때 섹스중독자의 이중생활(?)에 탐닉하는 주인공 데이빗을 연기한 마이클 패스벤더와 역시 분방하지만 제 앞가림엔 영 꽝인 여동생 씨씨로 분한 캐리 멀리건의 발견은 즐거움이다. 남자는 잘 생겼고, 여자는 매력적이다. 젠틀한 아일랜드 출신의 남자 배우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영화는 '데이빗의 은밀한 사생활'을 면도날처럼 들여다본다. 사생활의 일부를 회사에서, 집에서 들켰을 때에도 데이빗의 性장통은 계속된다. 오빠와의 '가족'을 복원하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는 여동생 역시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는 마찬가지.
성기 노출, 이런 걸로 유명세를 탄 영화지만 겉 다르고 속 다른 현대인의 탁월한 묘사. '모든 비밀은 수치스럽다'는 표제가 'SHAME'을 규명하는지도.
모호한 건 결말. 남자의 '배설'이 여동생 때문인가? 아님 여동생이 남자의 성적 충동을 가속시켰다는 건가. 이 남자의 '자위'는 치유된 건가. 여기는 뉴욕인가...
몰입은 영화 내내 이어졌지만, 남자와 여자의 매력만 풀풀, 영화의 결말은 친절하지 못하다. 감독이 잠깐 삐끗한 건 아닌지. 쏘리, 스티브. 그래도 잘 봤어요.
참고로 이 영화 2011년 만들어졌다. 국내에서는 올해 5월 개봉됐다나.
남자와
여자와
그리고 감독...